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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삼국지 : 인물

삼국지 인물 258. 화흡 양사

[화흡 양사 和洽 陽士]

 

화흡의 자는 양사이며 여남군 서평현 출신이다. 생몰년도는 미상이다. 효렴으로 천거되고 대장군에게 초빙받았지만 모두 나아가지 않았다. 원소가 기주에 있을 때 사자를 보내어 여남군의 사대부들을 맞이하도록 하였는데 화흠은 기주는 토지가 평탄하고 백성들은 강성하며 영웅 호걸들이 이익을 다투는 장소로서 사방에서 공격을 받기 쉬운 곳이다. 원소는 비록 자금에 의지하여 강대할 수 있었으나 바야흐로 영웅 호걸들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기주를 온전히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형주의 유표는 원대한 포부는 없지만 인물을 아끼고 선비를 좋아하며 그 토지는 험난하고 막혀 있으며 산은 평평하고 백성들은 나약하다 그에게 의지하는 것이 용이하겠다.”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함께 남쪽으로 가서 유표를 따르니 유표는 그를 상객의 예로 대우했다.

 

화흡은 제가 원소를 따르지 않은 까닭은 다투는 곳을 피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군주 곁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오래 있으면 위험에 처하게 되고 반드시 사악한 자가 나와서 군주와 신하 사이를 이간시킬 것입니다라고 하며 남방의 무릉군으로 갔다. 조조가 형주를 정벌하자 화흡을 불러서 승상연속으로 삼았다. 당시 모개와 최염은 충의와 청렴으로 일을 처리했는데 관리를 임용할 때도 가장 먼저 절약을 숭상하였다. 화흠은 이에 대한 폐단을 지적하면서 천하의 국정은 관직과 인물에 달려있지 검소함을 으뜸으로 하여 처리할 수 없다며 진언하였다.

 

위나라가 건국되었을 때 시중으로 임명되었다. 후에 어떤 사람이 모개가 조조를 비방한다고 고하자 조조는 측근 신하인 것을 알고 매우 노여워 하였다. 화흡은 모개의 평소 행동이 근본이 있다고 진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사실대로 조사할 것을 청하였다. 조회가 끝나자 조조는 영을 내려 지금 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 자 중에서 모개에 대해서 아뢰는 자는 나를 비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 다시 최염의 원망을 듣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임금과 신하의 은혜와 정의를 훼손시키고, 망령되게도 죽은 친구에게 원망과 탄식을 주게 하는 것이니 아마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옛날에 소하와 조참은 한고조와 더불어 함께 미천한 신분에서 일어나 힘을 다해 공을 세웠다. 고조가 급박한 처지에 놓였을 때마다 두 재상은 도리어 더욱 고조에게 공손해 신하의 도리가 나날이 빛났기 때문에 소하와 조참의 작위가 후세에 이르게 되었다. 화흡이 나에게 이 일을 조사해 줄 것을 연달아 요청했으나 내가 듣지 않은 까닭은 이 일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한 것이다.”

 

화흡은 의견을 말하는 자의 말에 따르면 모개의 죄는 매우 무거워 천지로도 덮을 수 없습니다. 신은 감히 사실을 왜곡한 모개를 변호하여 인륜의 대도를 굽히려는 것이 아닙니다. 모개는 모든 관리 중에서 뛰어나 특별히 발탁되어 상서복야라는 높은 관직에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는 해마다 은총을 받았고 강직하고 충성스러우며 공명하였기에 모든 사람에게 거리끼는 바가 되었지, 마땅히 이런 것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보장하기가 어려우므로 마땅히 살피고 탄핵해야 하며, 양쪽에서 주장하는 것의 사실 여부를 조사해 봐야 합니다. 이제 성은이 치욕을 머금은 인덕을 드리워 차마 그를 재판에 이르게 하지 않으며 더구나 그른지 옳은지의 구분을 다시 분명하게 하지 않는다면 의심은 가까운 데서부터 싹틀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여 말했다.

 

조조는 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모개와 이 일을 진술한 두사람을 온전하게 하려는 것뿐이오.”라고 답하자 화흡은 모개에게 실제로 윗사람을 비방한 말이 있었다면 마땅히 저잣거리에서 그를 처형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모개가 이러한 일이 없었다면 그 일을 진술한 자에게 대신을 무고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치게 한 잘못을 덧붙여야 합니다. 양쪽을 조사하여 사실 여부를 분명하게 하지 않은 것이 신의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라고 답하였다. 조조는 지금 군사일이 있는데 어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서 곧바로 조사하겠소? 춘추 시대 진나라의 호사고가 조정에서 월권행위를 한 양처부를 찔러 죽였는데 당시 군주에게 경계가 되었소라는 말로 거부하였다. 결국 모개는 이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화흡과 환계의 힘으로 겨우 살아나고 관직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종결되게 된다.

 

조조가 한중의 장로를 공격하려 하자 화흡은 시의적절한 의견을 내세워 시기를 보고 군대를 이끌고 백성들을 이주시키면 수비대를 설치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조는 화흡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나중에야 결국 백성들을 이주시키고 한중을 포기하였다. 다시 낭중령으로 임명되어 지방으로 나갔다. 조비가 황제로 즉위하자 화흡은 광록훈에 임명되었고 안성정후에 봉해진다. 조예가 제위에 오르자 승진하여 서릉향후에 봉해진다.

 

태화 연간에 계절풍이 이르지 않아 흉년이 들어 고당륭이 상주를 하였는데 담당 관리 가운데 직무를 근면하게 수행하지 않는 자가 있어 하늘의 질서를 잃은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였다. 조예는 겸허하게 책임을 이끌도록 하고 아울러 다른 의견을 광범위 하게 구했다. 화흡은 백성들은 드물고 밭가는 사람은 적으며, 떠돌아다니며 먹고 사는 자들이 많습니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으며, 백성은 곡식을 명으로 삼습니다. 따라서 한 시절의 농업 생산을 허비하게 되면 생존과 번식의 근본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선왕은 번잡한 요역을 피함으로써 오로지 농업에만 힘쓰도록 했습니다. 봄과 여름 이래로 요역에 시달리고 농업은 황폐화되었으므로 백성들은 개탄하고 있습니다. 계절풍이 이르지 않는 것은 반드시 이러한 데로부터 말미암지 않음이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소멸시키고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절약과 검소보다 큰 것은 없습니다. 태조께서 위대한 사업을 세우고, 군대를 옮기는 비용을 공급하고, 군대에게 상벌을 주는 비용을 공급하고, 관리와 선비들에게는 물자와 식량을 풍부하게 하며, 창고 속에는 곡식과 비단이 많이 있도록 했는데, 이는 태조께서 쓸모없는 궁전을 꾸미지 않았고, 헛되고 과다하게 지출되는 비용을 없앴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관건은 진실로 번잡한 노역을 폐기하거나 생략하고, 그 다른 임무를 덜고 없앰으로써 군비를 저장하는 것입니다. 세 방면을 지키고 방어하는 것은 마땅히 미리 방비하는 것에 있습니다. 적들의 허와 실을 헤아리고 사졸을 양성하며, 적을 이길 수 있는 계책을 세우고 공격해서 취할 수 있는 계략을 밝히고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구해야 합니다. 만일 책략이 평상시에 정해져 있지 않고, 작은 적을 경시하고 얕보게 되면 군대가 자주 출동해도 오히려 힘만 들 뿐 공이 없게 됩니다. 이른바 '()를 숭상하는 것은 이길 수 없다.'는 고인의 훈계입니다.” 라고 말했다.

 

화흡은 자리를 옮겨 태상이 되었지만 청빈하고 검소함을 지켜 밭과 주택을 팔아서 자급하였다. 조예는 그 말을 듣고 그에게 곡식과 비단을 하사하였다. 화흡이 사망한 후 시호를 간후라 하였으며 아들 화리가 뒤를 이었다.